경축사

깨달음의 진리를 모두와 함께

원기 111년 대각개교절

정신개벽으로 은혜로운 세상

원기 111년 대각개교절을 맞이하여 깨달음과 나눔의 기쁨을 되새기며,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께서 새 회상 원불교의 문을 연 뜻이 인류 사회와 세계 곳곳에 큰 은혜로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우리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이 공동생일을 맞아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전쟁과 사회의 갈등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가 부딪히며 갈등은 깊어지고, 사람들의 마음에 불안과 걱정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라는 마음 난리가 만들어낸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더욱이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물질개벽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물질문명의 발달은 노동을 대신하거나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생각·판단·행동하는 수준에 이르며 인간의 주체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대각 후 선언하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원불교의 개교 정신은 이 혼란한 시대를 향한 절실한 외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신개벽은 우리의 한 마음, 한 생각, 한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국가·세계가 ‘온전한 정신’, ‘깊은 생각’, ‘은혜로운 실천’으로 낙원세상을 이룩하는 데 함께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첫째, 온전한 정신을 챙깁시다.

날이 갈수록 세상이 탐욕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끊이지 않는 전쟁과 갈등 역시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 이로운가를 기준으로 끊임없이 분별하고 주착하면서 갈등과 혐오를 되풀이하며 키워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본래 정신은 “마음이 두렷하고 고요하여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경지”입니다. 그 마음에는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떠한 경계를 당할 때 두렷하고 고요한 본래 마음을 챙기면 나의 온전한 정신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온전한 정신은 온전한 생각을 낳고 온전한 생각은 올바른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온전한 정신의 자주력을 향상할 때 인류의 정신문화 역시 온전한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깊은 생각을 합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얻은 큰 깨달음(大覺)은 깊은 생각과 물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저 하늘은 왜 높고 푸를까’,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와 같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궁극적 물음이 점점 깊어졌고, 이는 ‘장차 이 일을 어찌할꼬!’라는 의단(疑團)이 되어 마침내 큰 깨달음을 이뤄냈습니다.

일과 이치에 대한 깊은 생각은 바른 깨달음을 끌어냅니다. 어떻게 묻고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지며, 깊은 생각은 궁극적으로 진리와 삶의 문제에 대한 밝은 지혜를 이끕니다. 최근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질문에 대해 많은 답을 대신 찾아줍니다. 그러나 삶의 의미를 묻고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며 답을 찾는 일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깊이 생각하고 함께 지혜를 모을 때 우리 사회는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셋째, 은혜로운 실천을 합시다.

일상생활 속 모든 행동은 내 생각과 지혜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온전한 정신을 바탕으로 한 깊은 생각과 바른 깨달음은 올바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결국 ‘온전·생각·취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올바른 행동의 결실을 거둘 수 있습니다. 바른 판단을 해도 실행이 없으면 열매 없는 꽃과 같습니다.

개인의 깊은 생각과 바른 깨달음은 결국 세상을 향한 은혜로운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 각자의 한 생각, 한 행동이 모두 온전함을 유지할 때, 세상에 은혜의 꽃을 피워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은혜로운 실천을 통해 지치고 힘들고 외로운 이웃들에게 깨달음의 빛을 전하고 따뜻한 손길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야 합니다.

정신개벽은 물질문명을 선용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갖추는 데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살리고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내 삶에서 정신의 힘을 기르고, 깊은 생각으로 깨달음을 얻고, 은혜로운 실천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이 됩시다.

하늘과 땅, 온천지에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한 둥근 동산에 밝은 해가 떠올랐습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저마다 아름다움을 맘껏 뽐냅니다.
길 가던 나그네, 걸음을 멈추고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춥니다.

다시 봄, 다시 깨달음으로 소태산 대종사께서 꿈꾸셨던 ‘밝고 은혜로운 세상’, ‘정신개벽의 새 문명시대’를 이룩하는 데 한마음, 한뜻이 되길 기원합니다.

원기 111년(2026) 4월 28일

원불교 종법사